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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11(토,맑음)

꺼리하나/주말일지

by 구절송 2025. 1. 13.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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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조금 후에, 내일에, 주말에, 다음 달에, 내년에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은 사람은 행복한 사람일 거야.

칠십을 넘긴 나이라 내년은 몰라도 내일, 주중, 주말, 다음 달 정도의 하고 싶은 일이 많다는 것은 분명 행복과 정비례할 거란 확신을 가져보며, 마눌님이 조금은 귀찮기도 하고 무엇보다 전기료가 아까워 많이 사용하지 않은 족욕기를 아파트 단톡에 올려 필요한 사람에게 줄까 해 전기료가 적게 드는 시골 농막에 가져다 쉴 때 족욕을 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전번주말에 가져다 놓고 주중 내내 이번엔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기다려 온 주말이라  8시 전에 집을 나서 시골밭에 갔다. 영하 10도이나 다행히 바람이 없어나 일하기에는 추워 불놀이를 한 시간가량 하고 나니 햇살에 기온이 올라가 전번주에 전장해 둔 가지들을 모아 열다발정도 묶고 나니 12시가 되어 창고 안에서 컵쌀국수에 물을 부어 뒤쪽에 두고 물을 받아 온도를 45도로 설정해 족욕을 했다. 7~8분이 지나 쌀국수를 먹자니 손이 닿지 않아 한쪽발 뒤꿈치를 바닥에 대고 쌀국수와 수저를 당겨 비뚤어진 자세로 먹었다.

오후엔 이것저것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두었으나 한 시간 정도 족욕을 하고 나니 하기가 싫어져 아침에 봐둔 미니비닐하우스 안에서 새파랗게 돋아난 상추가 생각나 여분비닐로 덮어 바람을 막아주고 2시가 조금 넘어 대구로 향했다. 아침에 내려갈 때는 키위엔 영어회화를 듣고 내려갔는데 올라올 때는 만사가 귀찮은 느낌이 들어 가요를 들으면서 올라오는데 졸립기도 하고 식은땀이 나는 것 같았다. 집에 도착해 씻지도 않고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걱정하며 이것저것 물으며 저녁을 먹으라는 소리에 답하기도 싫다며 굶고 내일은 고등동창 산악회  25년도 첫날이라 빠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내일은 괜찮아야 한다'는 체면을 걸면서 뒤척이며 그래도 내일엔 기다러 지는 일이 있어니 그런대로 행복하구나란 위안을 해보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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