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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21(토,흐림): 농사일지 및 문상

꺼리하나/시골생활

by 구절송 2024. 12. 21.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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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눌님이 울산 동우친구랑 약속이 있어 아침 일찍 시골로 향했다. 요사이  일출이 7시 30분 경이라 6시 30분 전에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아침을 열다 보니 한두 가지 마눌님을 귀찮게 했다. 흐린 날이라 해 뜨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텐데 단세포 동물처럼 설친 생각에 어처구니가 없다. 아침에 모니모에서 보는 운세에 평소 50점 아래인데 오늘은 80점으로 나와 무슨 좋은 일이 있을까 기대했는데 고속도로 내려가면서 두 번이나 구박을 받았다.  별 다른 일이 없이 저녁을 맞고서야 구박받은 게 운수에 좋은 점수로 나오는 것이 줄  알게 되었다. 마눌님을 혼신지에 내려주고 시골집에 가 옷을 갈아입고 바로 밭에가 불을 피웠다. 불이 시린 몸을 녹여주어 좋기도 하지만 활활 타는 불꽃을 보면 그냥 기분이 좋다. 내 생이 마지막 하는 그때 맞이할 불꽃도 저렇게 에너지를 뿜는 불꽃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 이왕 밭에 왔어니 뭘할까 생각하다 여러 번 베어놓은 복숭아나무, 뽕나무 등을 모아 전기톱으로 잘라 정리하고 매실나무 두 그루와 자두나무 한그루를 전장하고 자루가 망가진 칼자루를 만들었다. 돈가치론 일이천 원이면 될 칼자루를 한 시간 정도 조물닥거리며  다듬어 생각대로 만들었다. 그 한시간은 만오천 원 들어야 하는 영화 한 편 보는 것보다 즐거웠으니  만칠천 원짜리 칼자루를 만든 보람으로 여겨본다.

- 두시 반에 대구로 향해 집에 도착하여 친구 별세로 영남대병원 영안실에 조문을 갔다. 초등, 중학교 동기인데 십 명 안팎의 친구들과 같이 영정을 같이하며 조의금을 통장으로 부친 친구도 많겠지만 '정승 죽은 때보다 정승집 개 죽었을 때 조문객이 많다'는 의미를 실감하며,  가슴을 짓누른 곡으로  친구를  보내주었다.

- 그렇게 생각없이 함께한 친구를 보내고 나니 앞으로 삶에 더욱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다잡어 보며,

망각할 인생무상을 한잔 술에 담아본다.

 

 

손잡이를 나무를 다듬어 만듬
자른 복숭아. 뽕나무
불기운을 받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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