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한편에
늦더위에 지친 말의 거시거 처렴
축 늘어진 수세미가
세월 풍파에 속살 반쪽 내준 고목 감나무에 매달린 체
대롱거리는 작은 추석
감나무잎에 가려 시들지 않은 노오란 수세미 꽃
그리도 고왔는데.....
어깨 두런 책보자기 툇마루에 던지고
몇 년 입다 작아지면 동생에게 물려줄
장남에게만 장만해 준
추석치레 겨울내복을 입고
온 동네 한 바퀴 돌고 대문에 들어서니
두 누나 덕석 위에 펑펴지게 앉아
팔자로 두 번 꼰 짚수세미에
기와가루 뭍처 놋그릇 닦고
아버진 돌호박에 기와가루 곱게 빡고
엄마는
처마밑 아궁이에 솥뚜껑 엎어놓고
숟가락으로 긁어낸 누런 호박 속살
밀가루반죽에 묻어 호박떡을 굽는데
동생 셋은 모이 물고 온 엄마 기다리는 새끼제비 마냥
젓가락 들고 쪼그려 앉아 엄마손만 쳐다보네
들어오는 나 본 엄마
장남 왔다고 좋아하시며
쟁반 위에 올려준 호박떡
어찌나 달고 뜨겁던지
눈 질끈 감았다 떠보니 온 식구 한마당
행복으로 덮어있네
매년 이맘때면 찾아보는 놋그룻 행방
엄마 아버지 저 세상 가
물어볼 수 없고
녹슬지 않는 스텐, 양은그릇으로 다 바꿨을 꺼라
한 개도 남김 없는 아쉬움에
가마득한 추억으로 상상해 본다.
2023.09.05 불로동 오일장날 펑튀기 고소한 맛 상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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