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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추석의 행복 한마당

꺼리셋/호작질

by 구절송 2023. 9. 5.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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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한편에

늦더위에 지친 말의 거시거 처렴

축 늘어진 수세미가

세월 풍파에 속살 반쪽 내준 고목 감나무에 매달린 체

대롱거리는 작은 추석

감나무잎에 가려 시들지 않은 노오란 수세미 꽃 

그리도 고왔는데.....

 

어깨 두런 책보자기 툇마루에 던지고

몇 년 입다 작아지면 동생에게 물려줄

장남에게만 장만해 준

추석치레  겨울내복을 입고 

온 동네 한 바퀴 돌고 대문에 들어서니

 

두 누나 덕석 위에 펑펴지게 앉아

팔자로 두 번 꼰 짚수세미에

기와가루 뭍처 놋그릇 닦고

아버진 돌호박에 기와가루 곱게 빡고

엄마는 

처마밑 아궁이에 솥뚜껑 엎어놓고

숟가락으로 긁어낸 누런 호박 속살

밀가루반죽에 묻어 호박떡을 굽는데

동생 셋은 모이 물고 온 엄마 기다리는 새끼제비 마냥

젓가락 들고 쪼그려 앉아 엄마손만 쳐다보네

들어오는 나 본 엄마

장남 왔다고 좋아하시며

쟁반 위에 올려준 호박떡 

어찌나 달고 뜨겁던지 

눈 질끈 감았다 떠보니 온 식구 한마당

행복으로 덮어있네

 

매년 이맘때면 찾아보는 놋그룻 행방

엄마 아버지 저 세상 가 

물어볼 수 없고

녹슬지 않는 스텐, 양은그릇으로 다 바꿨을 꺼라 

한 개도 남김 없는 아쉬움에

가마득한 추억으로 상상해 본다.

 

2023.09.05 불로동 오일장날 펑튀기 고소한 맛 상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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