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22(토)
-오전 근무를 마치고 마누라랑 학남산을 올랐다 가람봉에는 오르지 않고 강변 비탈길로 한 바퀴 돌았다. 마누라가 신경 써준 보약을 먹어서 그런지, 아니면 매일 저녁에 영화를 보면서 30분 이상 50분가량 실내 잔차를 타서 그런지 오르막길에도 힘이 덜 더는 것 같았다.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TV를 보는 것보단 잔차를 타며 보는 게 쉽지 않지만 결과는 좋은 것 같다. 앞으론 TV 앞에서는 무조건 잔차 위에서 보도록 노력해야겠다.
▶. 01/23(일)
아침 8시 20분에 출발해 9시 20분에 시골에 도착했다. 설렁한 집에 들렀다 바로 밭에 갔다. 날씨가 그리 춥지 않지만 불을 피워 멍하니 바라보다 엉덩이 스펀지 의자 끈이 떨어진 것을 꿰매었다.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우산살로 30년도 전에 아버지가 만던 바늘로 의자를 꿰매면서 아버지를 그려보았다. 의술을 정식으로 배운적도 없는데 마을분이 애기를 낳을 난산일 경우 손수 애기를 받기도 하고, 페니실린, 스트레트 마이신 민간약제 등으로 동네분들의 주치의를 도맡았다. 내가 중2학년 때 페니실린을 혈관에 자못 주사하면 즉사한다는 애기를 듵고 아버지의 주치의 역할을 마치게 했고, 군단위 가축이 아플 경우는 불려 가 젓가락 대못 등을 철로 위에 놓고 기차가 지나며 납작하게 된 것을 칼. 침 등으로 손수 만들어 가축 의사 역할도 했고, 동네분 도장도 세겨주신, 어린 내 눈에 못하시는 게 없으신 아버지. 년년이 청도 소싸움 축제가 있으면 민속공예품을 만드는 연출을 하고 일당을 받으며 공짜 소싸움을 보시곤 자량 하시던 아버지, 할아버지의 배우지 못함에 업신 당한 일을 여러 번 들려주면서 먹지 않아도 배워야 한다며, 농한기에 다들 쉬시는데 엄마랑 사랑방에서 가마니틀에 매달려 엄마는 북을 넣고 아버진 틀을 오르내리며 가마니를 짜 오일 청도 장날이면 리어카로 아버진 당기시고 어머닌 밀며 20리 청도장에 내바 파시고 요기 참아가며 한두 푼 모아, 공부에 지장줄까 등록금, 운동회비 일등으로 내시게 하신 아버지. 동네 다른 분들의 한나절 일거리를 아침 식전에 마치는 아버지의 부지런함과 향학열 덕에, 동네가 생긴 후 처음으로 대학교를 졸업시켰다는 아버지의 자부심에 늘 부족했던 나, 약주 한잔에 기분 좋으신 날에는 자식들 모아 놓고 골미과자로 아버지가 좋으냐 어머니가 좋으냐 물으시며 당신 좋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하시던 아버지, 꼬끝을 아프게 하시며 나일론 끈을 꿴 바늘이 헤진 마음을 다독여 준다. 그런데 난 자식에게 무엇을 줬는가 생가하니 아무것도 준 게 없다. 그런데도 잘 커줘 고마울 따름이다.
이 저런 생각에 불꽃은 사그라졌으나 춥지 않고 봄이 앞당겨 미리 와본 것 같이 포근해 감나무 전장을 많이 했다, 놔두어도 될 가지를 마누라 고생 덜 시키기 위해 많이도 잘랐다. 앞으로 하루만 더 전장을 하면 대충 다할 것 같다. 계속 머물고 싶은 곳에서 오후 5시 대구로 출발했다. 참 누구보다 바르게 산 박종우 서울 친구의 별세에 깊은 조의를 표한다.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를 그리며 2018년 12월에 끌적인 글을 옮겨본다
난생처음(頭髮生後初本)
크림 내장 붕어빵
한입 무니
뜨거운 크림 맛 차가운 바람
최상 궁합
이게 행복일까?
팥 내장 붕어빵
한입 무니
생각 기능 작동되어
어린 시절로 인도한다
사랑방
엄마는 짚을 찔러 넣고
아부지는 틀을 내리며
가마니를 짠다
척 철거덕
척 철거덕 겨울밤을 짠다
옆방
척 철거덕
척 철거덕 소리로
오는 잠 쫓아가며 공부를 한다
니자식 공부 잘 한다더란 소문들은
울 엄마 아부지
겨울 내내 밤을 짜 청도장 날이면
소망 실은 리어카를
아부지는 당기고 엄마는 밀며
이십 리 장터에 겨울밤을 팔려간다
장에 가신 아부지 엄마 굶는 것 본 적 없지만
상꼴띠기 아줌마 나만 보면
"붕어빵 풀빵 하나 요기하지 않고 아껴
공부시키고 나면 마누라 엉덩이 두들기기는 잘하겠지만
부모 공덕 모를 끼다"라며 혀끝을 차신다
다음에 또 붕어빵 사 먹을 땐
엄마 아부지 한 서린
팥으로 내장 채운 놈만 사 먹을 끼다
당시에 없던 크림 내장 채운 놈
공짜로 줘도 안 먹을 끼다
눈시울 붉어져 쳐다도 안 볼 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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