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적게 심어야지
나무를 전장할 때
마눌님 푸념이라 생각하며
무조건 많이 잘라야지
내년 꽃피고 열매 맺어 적과 할 때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는
어릴 적 산아제한 표어처럼
씨 말리는 듯이 따내야지
그럼 마눌님 풋념 줄겠지
죄 짓 놈 같이 굴지 않아도 되겠지
평일엔 회사일
주말엔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먹는 둥 마는 둥
숨 쉬지 않고 농사일 한죄로
눈뜨고 감을 때까지 듣는 풋념
마눌님 고생시킨 꾸중
짜증 나고 듣기 싫은 표정 짓지 못하고
메뚜기와 놀이하던 그 할아버지 생각 덮네
외롭고 심심하면 지팡이로 풀섭 제치며
메뚜기랑 놀면 시간은 가겠지만 그게 살아 있는 걸까?
내년에 또 봄이 오면 어쩌지
경운기 관리기로 로터리 하고 난 후
가만히 둘 수 없는 생땅의 유혹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팽개칠 용기 없는 천성
천성을 고쳐서 써먹을 날이 많으면 고치나 볼 텐데
봄이 오지 않기를 소원해 봐야 하나.
2101.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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