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리둘/고동창산악회

2501/12(일,맑음) 팔공의 맑고 세찬기를 받다

구절송 2025. 1. 13. 09:05

- 어제 오후 4시부터 저녁을 굶어가며 뒤척인 관계로 새벽 3시경 잠이 깨어 컨디션을 살펴보니 그런대로 괜찮은 느낌이 들어 매일 하는 발끝차기, 뱃살 찌르기를 각각 1,500회 이상하고 기본체조와 화장실에서의 조탁, 목운동(목 돌리기, 도리도리, 앞뒤흔들기)을 하고 나니 컨디션이 70% 정도로 회복된 것 같았다. 도로 침대에 누어 유튜브를 보다 음악을 들으며 뒤척이다  6시경 아침을 먹어라는데 입맛이 영 없어 패스하려니 누룽지를 삶아주어 물만 마시고 누룽지는 그냥 남겼다.  식성이 좋은 나는 보통 때 같으면 배가 음식물 쓰레기통이다는 농담을 하며 남기는 일이 없었는데 남긴 것이 처음인 것 같다.

- 새해 첫번째 행사가 아니었다면 참석 못한다 했을 텐데, 10시에 팔공케이블카 탑승장에서 만나기로 되어있어 급행 1번을 타기로 생각하며 배차간격등을 감안해 한 40분 여유를 가지고 나선다는 생각으로 8시 40분에 집을 나서 버스틀 타니 종무가 타고 있었다. 9시 5분경 종점에 내려  올라가니 9시 20분, 우리가 맨 먼저 도착했다.

- 10시에 다들모여 케이블카를 탔다. 어른 왕복 14,000원, 편도 11,000원인데 경로우대로 편도 8,000원으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서 희태의 죽다 살은 애기을 들었는데, 얘기인즉슨 위가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되지 않고 아파 병원에 가 복부 CT를 찍었는데 희뿌연 것이 간을 덮어 담도암이고 임파선에도 전이가 되었다며 큰 병원에 가보라 해 이젠 죽는구나 하고 CT 찍은 CD를 가지고 서울의 큰 병원 두 세 곳을 가도 암이라 해 MRA를 찍고 조직검사를 해두고 기다리며,  죽기 전 부인에게 인수해줘야 할  많은 것 중에 "수족관은 어떻게 할 건가?"물으니 "없애야지 어쩌겠느냐"라고 한다며 생각해 보니 부인한데 인계해 줄 것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는 대오각성한 고승의 어투로말하는데, 잠시나마 내가 죽어야 할 쯤에 인계해줘야 할 것이 뭐가 있나 생가해보니 한 가지 이상 생각 되지 않아  삶을 되돌아보게 되고 빨리 죽어도 편히 죽겠구나 안심해 봤다. 

- 최초에 누가 오진을 하였냐는 나의 질문에 CT필름을 보니 자기눈에도 간을 희뿌옆게 덮은 것이  선명하게 보이고, 두세 군데 병원마다 CD를 보고 암이라 진단해 누구의 오진이라 할 수도 없고 논밭 떼기도 팔 생각을 하는 단계까지 가 조직검사에서 암이 아니라 작년인가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는 영화 '미나리'와 '기생충'이 결합한 '미나리 기생충'으로 판명되어  반죽음의 맛을 한참 즐기고 있을 때 암이 아니고 미나리 기생충인지를 확실히 알려면 큰 칼로 가슴을 개복해 간을 직접 봐야 한다는 의사말에 반낭은  반의 죽을 맛을 더보며 개복할까 말까 맘스리고 있을 쯤에 복부 CT를 다시 찍어 처음 것과 비교해 보자는 의사 말씀을 따라 찍어보니 아무런 치료도 하지 않았는데 뿌였게 덮은 부분의 70% 정도가 없어져  '미나리기생충'이란 염라대왕의  최종 판단을 받고 이제 살았구나 생각하니 다시 준 인생이 하도 고맙고 감사하여 앞으로 매사에 감사하며 베풀어 덕을 쌓으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7월 초순 그 비싼 왕수박 4 덩이를 사 고향 경로당 등에 선물도 했는데 간사한 인간인지라 한 달이 지나니 간을 덮었던 휘꾸무리한 것이 마음에 전이되어 도로암이 되더란 순진무구한 애기을 듣느라 경치는 하나도 못 보고 종착지에 도착했다.

- 간을 덮은 휘뿌였한 것은 기행충이 배설한 부유물이었다나. 흔치 않은 일이지만 생미나리를 먹은 결과이니 죽기 전에 죽음을 맛보고 싶지 않은 분들은 소금물에 담가 알을 씻어내고 먹든지 익혀먹어야 한다네요. 나는 알을 꼭꼭 씹어 먹겠다만.

-종착지, 봉황의 몸체에 앉아 동동주에 봉황의 맑은 정기와 비로봉,.동봉의 잔설을 탐한 세찬바람맛을 섞어 파전과 일 잔씩을 하고  해발 820m 표지대와 소원바위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동화사 뒤편 산림욕장길로 하산해 산중이란 식당에서 소맥에 담소를 썩어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요리한 하루였는데 어제 체한 후유증으로 맛난 음식을 앞에 두고 화중지병이 따로 없구나 생각하며 25년의 첫번째 산악회 참가 액땜을 했다.

 

산중 식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