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송 2024. 5. 13. 17:27

새벽

내리는 비

오지게 데워진 전기장판

등 허리 붙이고

쳐다 본 천정 형광등 뒤

발발발 기어가는 저 날파리

뭐하러 갈까 생각해 보니

아마

님보러 가든지

파전에 탁주 마실 친구 찾아가든지

할 일 못한 원망에 공염불하러 가는 것이 아닐까?

스쳐간 기억들을 더듬으며

나 또한 해야 할 일 못하는 아쉬움

공염불로 달래며 공(空)의 세계 머무네.

 

* 23년 5월 29일자 농사일지 속에 있던 글 옳겨 봄